[IT동아 김영우 기자] 국내 생활가전 시장은 선택의 폭이 매우 넓은 것 같으면서도 좁다. 시장의 터줏대감인 삼성전자 및 LG전자의 양강체제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나름 잘 나가던 가전 브랜드들도 한국에선 유독 힘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 해외 브랜드는 국내 실정에 맞는 제품군이 부족하고 각종 서비스 역시 불편할 것이라는 인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보쉬(BOSCH)가 한국 생활가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바 있다. 한국에서 보쉬는 전동공구나 자동차 부품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사실 유럽 최대의 생활가전 그룹 중 한 곳인 BSH 홈 어플라이언스의 일원이기도 하다. BSH 홈어플라이언스는 보쉬 외에 '가게나우(GAGGENAU)', '지멘스(SIEMENS)'등의 브랜드가 속해 있으며, 이들 역시 유럽 생활가전 시장의 강자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보쉬 역시 국내에 진출한 다른 해외 가전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넘어야 할 편견의 벽이 만만치 않다. 디자인이 생소할 것 같고 기능 역시 외국인 기준이라 불편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도 보쉬는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세탁기, 냉장고,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청소기, 블렌더, 커피머신 등의 다양한 제품을 한국에 정식 출시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생소한 제품인데 친숙한 기능 품은 이유
이들 제품의 면면을 가늠해 보기 위해 서울 송파구에 있는 보쉬의 국내 쇼룸을 찾았다. 보쉬 생활가전제품의 국내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주)화인어프라이언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선 보쉬 외에 가게나우, 지멘스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으며, 국내 마케팅 거점 및 서비스센터의 기능도 겸하고 있다.
생활 가전 브랜드로서는 아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보쉬지만 이곳에 전시된 제품의 면면은 의외로 생소하지 않다. 이를테면 최근 국내에는 세탁기의 부가기능이 아닌, 별도 제품 형식인 의류건조기가 시장의 대세가 되었다. 그리고 직접 꺼내어 간단히 세척할 수 있는 콘덴서 개폐방식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미 2년 전에 국내에 출시된 보쉬의 콘덴서 의류건조기(WTG86400RK 등) 역시 그런 제품이다.
냉장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면의 패널 색상을 맞춤 주문할 수 있는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는데, 이곳에 전시된 보쉬의 '베리오 스타일' 냉장고 역시 전면의 패널을 24가지 색상으로 교체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제품은 지난 IFA 2017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세계 최초의 맞춤형 냉장고이며,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타사 제품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패널을 직접 교체할 수 있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보쉬는 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요즘 가스레인지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전기레인지 제품 역시 다수 전시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제품이 상판 가열이 아닌 전자기유도를 통해 용기를 직접 가열하는 인덕션 방식인 것이 눈에 띈다. 인덕션 방식 전기레인지는 일부 용기(뚝배기 등)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초기에는 국내 보급이 더딘 편이었지만 빠른 조리 및 높은 안전성 및 전기 효율 등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최근 시장의 주류가 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최근 들어 본격 전개하기 시작한 이러한 기능 및 서비스 중 상당수가 실은 보쉬를 비롯한 유럽 가전업체들이 이미 선도하고 있던 것이라는 점을 보쉬는 강조한다.
아직 국내에 덜 알려진 기술 및 서비스로 차별화도 시도
한편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기술도 적잖게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팔리는 식기세척기 중 보급형 제품들의 상당수는 뜨거운 바람으로 식기를 직접 건조시키는 열풍 기술을 이용하는데, 이는 식기 수명에 좋지 않고 에너지 소모도 많다. 이를 개선한 것이 내부를 밀폐한 상태에서 수분을 응축시키는 열교환 기술이다. 하지만 보쉬가 작년에 국내에 선보인 신제품은 한 발 더 나아가 흡착력이 뛰어난 제올라이트(Zeolite) 광물질을 활용, 불순물 제거와 탈취, 제습 효과를 한층 향상시켰다. 특히 기존 식기세척기에선 쉽지 않았던 플라스틱 용기의 완벽 건조도 가능하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그 외에도 같은 계열의 브랜드인 가게나우나 지멘스와 마찬가지로 보쉬 역시 가구와 직접 결합한 형태로 설치하는 빌트인 형태의 제품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국내 전기 사용 환경에 맞게 국내 안전인증과 전자파인증을 거쳐 고장 확률을 낮췄다는 점 등이 눈에 띄며, 냉장고 설치 시 문을 여는 방향을 소비자가 지정할 수 있는 점 등의 소소한 차별화 요소도 있다.
물론, 그렇다 하여 보쉬의 생활가전 제품이 국내 브랜드 제품에 비해 근본적인 쓰임새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도 제품 가격이 국내 브랜드 제품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추천하기에는 다소 미묘한 게 사실이다. 이러한 언급에 대해 화인어프라이언스의 이덕형 상무이사는 "보쉬는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소비자들의 감성까지 생각하는 이른바 '가심비'까지 채울 수 있는 유럽 프리미엄 가전을 추구한다"며, "최근 다양화되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라고 의견을 표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