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에 활력이 떨어지면서 CPU, 메모리, 그래픽카드와 같은 업그레이드용 PC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울상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나름 활기를 띤 있는 분야도 있다. 바로 SSD 시장이다. 특히 요즘은 PC 관련 지식이 별로 없는 이른바 '컴맹'이라도 'SSD라는걸 달면 PC가 빨라진다더라' 정도의 인식은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인지 SSD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부쩍 늘고 있다. 삼성전자나 인텔, 도시바와 같은 SSD선도 업체들 외에도 플렉스터나 에이데이타, OCZ와 같은 후발주자들 역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2위의 PC용 프로세서 업체인 AMD가 뒤늦게 SSD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 OCZ 컨트롤러 조합한 'AMD 라데온 SSD'
지난 13일, AMD코리아는 자사 브리핑룸에서 출시 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8월 19일 출시할 자사의 SSD인 '라데온 R7 SSD'를 소개했다. 이날 제품을 소개한 AMD 본사의 로버트 할록 매니저는 AMD 라데온 R7 SSD는 게이머를 위해 최적화된 제품이며, 제품 생산은 AMD와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OCZ에서 담당한다고 밝혔다.
AMD 라데온 R7 SSD는 도시바의 A19nm MLC 낸드플래시와 OCZ의 베어풋 3 M00(Barefoot 3 M00) 컨트롤러를 조합했다. 이는 게이머에게 적합한 빠른 속도를 내면서 경제성까지 만족시키는 것이 특징이며, AMD의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R7 시리즈와 같은 이름을 SSD에 부여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할록 매니저는 강조했다.
OCZ에서 만들지만 차별점은 확실?
AMD SSD의 제품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OCZ는 전문가용인 벡터 150(Vector 150) 시리즈와 일반소비자용인 버텍스 460(Vertex 460) 시리즈가 주력이었다. 이번에 출시된 AMD 라데온 R7 시리즈 SSD는 벡터와 버텍스 시리즈의 중간에 위치하는 게이머 전용의 제품군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한다.
AMD에서 밝힌 라데온 R7 SSD의 사양을 살펴보면 120GB 및 240GB, 그리고 480GB의 3가지 용량으로 출시되며, 속도는 240/480GB 제품 기준으로 읽기 속도는 550MB/s, 쓰기 속도는 530MB/s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4년의 보증기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종합적으로 기존 OCZ 제품군 중 벡터와 버텍스의 정확히 중간 정도의 사양과 보증기간이다. 제품 가격은 120GB 제품이 10만 3,000원, 240GB 제품이 16만 9,000원, 480GB 제품이 30만 8,000원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이날 소개된 AMD의 라데온 R7 SSD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AMD가 아닌 OCZ에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단순히 별 특징이 없는 OCZ의 OEM 제품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할 만도 하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로버트 할록 매니저는 AMD 라데온 SSD가 OCZ 제품에 비해 15% 정도 높은 클럭속도를 갖추고 있으며, 제품 구동에 쓰이는 펌웨어 역시 AMD만의 것이기 때문에 기존 OCZ 제품과 충분히 차별화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제품을 게이밍 PC에 최적화하기 위해 개발기간 동안 AMD 측에서 많은 의견을 개진했으며, 보증 기간 역시 OCZ 제품보다 긴 4년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OCZ에서 제품을 만들긴 하지만, 기존 OCZ 제품을 그대로 재활용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AMD 정도의 업체가 자체적인 기술만으로 개발한 SSD를 내놓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사실 이는 현재 시장에서 SSD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 중 삼성전자나 인텔, 도시바 정도를 제외하면 절대다수의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이해 못할 것은 없다. 프로세서부터 그래픽카드, 메모리, 그리고 SSD에 이르기까지 게이밍 PC를 구성하기 위한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된 AMD의 다음 행보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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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