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렌즈일체형 카메라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소니코리아는 6월 24일,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 아트리움에서 자사의 프리미엄 컴팩트 카메라 'RX10 마크(Mark) II'와 'RX100 마크 IV'를 공개했다. 새로 선보인 두 카메라는 전작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하고 새로운 이미지 센서와 영상 처리 프로세서 기술을 흡수하며 성능과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 점이 특징이다.
크기는 그대로 성능은 높였다
RX10 II와 RX100 IV의 특징은 두 제품의 장점인 휴대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능을 높였다는 점이다. 여기서 성능은 렌즈를 뜻하지는 않는다. RX10 II는 8.8~73.3mm(35mm 환산 24-200mm)의 초점거리를 갖는 렌즈를 달았고 RX1090 IV는 8.8~25.7mm(35mm 환산 24-70mm)의 렌즈를 탑재해 전작과 동일하다. 조리개 사양도 f/2.8(RX10 II), f/1.8~2.8(RX100 IV)로 같다.
하지만 처리속도가 빨라지면서 최단 셔터속도가 1/3만 2,000초에 달하고 4K 헤상도(3,840x2,160) 동영상 촬영과 초당 980매(프레임) 초고속 동영상 촬영 등을 지원하면서 기능적인 부분을 강화했다. 뷰파인더 또한 화소를 높여 시인성을 개선하기도 했다. 단순히 옆그레이드라고 보기에는 달라진 부분이 있는 셈이다.
4K 촬영 품질이 강화된 점도 두 카메라의 진화 요소 중 하나다. 데이터의 손실을 가져오는 픽셀 비닝(Binning)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풀픽셀 리드 아웃(Full Pixel Read-out) 방식의 4K 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여기에 다양한 컬러 톤을 설정하는 픽쳐 프로파일(Picture Profile), 다이나믹 레인지를 확장하는 S-로그(Log)2 감마 설정 기능, TC/UB(타임코드/유저비트), 클리어 HDMI 출력 등 전문가 수준의 영상 제작 솔루션을 지원한다. 영상 촬영 도중 셔터 버튼을 누르면 약 1,700만 화소의 고해상도의 사진을 함께 저장할 수 있다.
이전 RX 시리즈는 조리개를 최대 개방하면 셔터 속도에 제약이 있었지만, RX10 II와 RX100 IV는 최대 개방 조리개에서도 사양 그대로의 셔터 속도를 쓸 수 있게 됐다. 촬영 환경과 구도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과거와 다르게 자연스러운 결과물 기록이 가능해졌다.
새롭게 등장한 'DRAM 적층형 1인치 센서'
소니가 두 카메라를 공개하며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바로 '센서'다. 기존 CMOS 이미지 센서의 구조와 다른 DRAM 적층형 센서를 탑재한 것. 간단히 말해 이미지 센서에 메모리를 붙였다. 이를 통해 성능을 끌어 올렸다는 것이 소니코리아 측 주장이다.
대부분 디지털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가 받은 빛을 이미지 프로세서가 처리하고 이를 메모리에 담는 구조를 취한다. 메모리는 정제된 이미지를 담아두는 공간으로 흔히 '버퍼(Buffer)'라고 부르는데, 이 용량이 크면 연사나 대용량 이미지 처리에 유리하다. 고성능 카메라들이 이 메모리 용량을 여유롭게 확보해 성능을 확보한다.
< 데이터 이동 경로를 줄여 속도를 높인 DRAM 적층형 이미지 센서 >
새로운 DRAM 적층 이미지 센서는 이미지 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서 사이에 메모리 모듈을 배치해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고 병목현상을 개선했다. 새로운 기술로 두 카메라는 기존 RX 시리즈 대비 성능이 5배 향상됐으며, 연사 처리나 4K 영상 촬영, 초고속 영상 기록 등 성능/기능적 변화를 줄 수 있었다고 한다.
고재훈 소니코리아 제품 매니저는 "DRAM 적층형 센서를 도입하면서 총 3가지에 변화가 왔다. 바로 속도와 필름 메이킹, 비디오 그래피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포착하게 되면서 새로운 RX10 II와 RX100 IV는 디지털 이미징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RX 앞세워 프리미엄 카메라 대중화 이끌 수 있을까?
소니는 새로운 RX 시리즈를 추가하면서 렌즈일체형 카메라에 대한 시장 공략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RX1, 고배율 줌렌즈를 탑재한 RX10, 프리미엄 컴팩트 카메라 RX100 등 센서와 렌즈 등으로 구분된 풍부한 라인업이 있기에 가능한 자신감이다.
소니코리아 홍수진 디지털 마케팅 팀장은 "소니는 콤팩트 카메라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프리미엄 하이엔드 카메라 신제품 2종을 통해 국내 하이엔드 카메라 시장 1위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나아가 렌즈일체형 카메라 시장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니코리아의 청사진대로 시장이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RX100 IV는 시리즈 처음으로 100만 원을 돌파한 109만 9,000원에 판매된다. 10만 원 가량 상승한 가격이다. RX10 II는 이전 제품과 같은 149만 9,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받아 들었지만, 이 가격을 소비자들이 얼마나 이해해 줄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레이드는 아니고 ↗그레이드 정도?
소니 RX10 II와 RX100 IV를 만져보니 옆그레이드는 아니고 위와 옆의 중간 정도의 개선이 느껴진다. 렌즈 사양은 그대로인데 기능이나 성능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좋은 렌즈까지 달아 나왔다면 지금은 고인이신 그 분이 외치던 '원 모어 띵!'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됐을 것도 같은데, 알맹이 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디지털 이미지 처리 구조가 개선됐다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오르는 가격이다. RX100이 처음 나왔을 때의 가격이 89만 9,000원으로 기억하고 있다. RX100 II와 III는 94~99만 원 선이었고, IV에 와서 드디어 100만 원을 돌파했다. RX10은 알아서 비싼 몸값 자랑하셨으니 이번 가격 인상에서 제외된 것 같다.(DSLR이나 미러리스에 대한 반감 때문이 아닐까?) 마치 국내 모 자동차 제조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씁쓸하다. 대중화를 노렸다면 가격대 또한 합당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진과 카메라를 어느 정도 잘 이해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RX100 IV와 III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선택할 여지가 조금은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소비자라면 단순 사양이 비슷한 두 카메라가 10만 원 씩이나(실제로 가격차가 더 있을 수 있다.) 차이 난다는 것을 이해해줄까? 두 카메라가 출시되면 윤곽이 드러나리라.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