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이 이슈가 되는 요즘, 각종 정부기관 및 기업에서 마련한 창업지원공간이 늘고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는 창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네트워킹, 세미나 등이 열리고 있다. 스타트업 입주공간, 업무와 네트워킹을 위한 카페가 마련된 곳도 많다. 이에 IT동아는 스타트업과 예비창업자를 위한 창업지원공간을 직접 방문하고, 각 공간의 특성 및 이용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IT동아 안수영 기자]
이번에 소개하는 공간은 MARU180(이하 마루180)입니다. 마루180은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종합 솔루션 공간으로 창업 교육, 투자, 네트워킹 등을 제공합니다.
마루180, 역삼로180
마루180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 180에 위치해 있습니다. 역삼역 2번 출구에서 10분 가량 직진해서 신호등을 건너자 마루180의 건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보로 찾아가기에는 접근성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을 보면 이곳이 마루180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방면의 창업 관계자들이 모이는 복합문화공간
마루180은 지하 1층과 지상 5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입니다. 지하 1층은 이벤트홀, 1층은 로비와 카페, 2층부터 5층은 스타트업 사무공간 및 창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엑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등이 자리한 곳입니다.
먼저 건물부터 둘러볼까요. 입구에 들어오면 안내데스크와 함께 스타트업 행사 포스터, 구인구직 게시판, 스타트업을 홍보하는 X배너가 눈에 띕니다. 물론 1층에 위치한 카페,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도 보입니다.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코워킹 카페
마루180의 1층 카페는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에서 운영하는 코워킹 카페입니다. 예비창업자, 디자이너, 개발자, 투자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유리문에 '드림 인큐베이터'라고 적혀 있는 만큼, 창업의 꿈을 가진 분들이 성장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카페는 랩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개방되어 있으며, ㄱ자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자유롭게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며, ㄱ자를 꺾어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면 상당히 조용했습니다. 하나의 카페 공간이지만, ㄱ자로 분리해 다양한 이용 목적을 충족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회의나 토론을 하고 싶다면 카페 입구에 가까운 곳에 앉으면 되고, 조용하게 작업할 일이 있다면 카페 내부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 외, 파티션을 나눠 4명 정도의 인원이 작업을 하기 좋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으며, 2인 이상 방문할 경우에는 별도의 회의실도 이용 가능했습니다. 현장을 방문했을 때 노트북을 놓고 삼삼오오 작업하는 사람들의 모습, 마루180에 입주한 스타트업 직원분들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나 스타트업이라면 다양한 기기에 자사의 프로그램을 테스트해야 할 텐데요, 이럴 경우 카페에 마련된 테스트 구역인 디바이스 랩을 이용하면 됩니다. 디바이스 랩은 카페 스텝에게 문의해서 이용 가능하며, 비용은 무료입니다. 또한 모든 사용자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고 하니, 참고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디바이스 랩에 있는 기기의 외부 반출 및 대여는 불가능합니다. 이 공간은 사전 예약은 불가하며, 방문 시 당일 선착순에 따라 최대 2시간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디바이스 랩에 비치된 기기는 약 30여종의 iOS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등입니다.
창업 카페인 만큼, 스타트업 관련 세미나도 카페 공간에서 열립니다. 예를 들면 스타트업 법률 자문을 돕는 변호사가 방문하거나, 벤처투자자가 스타트업 창업자를 직접 만나 그 회사의 성장, 투자 가능성을 직접 상담해주는 살롱이 열립니다. 살롱이 열리는 시간에 카페를 방문하면 조언도 듣고, 네트워킹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외에, 카페 구석에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아기자기한 머그컵이 있었습니다. 머그컵에는 "청년시럽 빼주세요" "우린 졸라 젊다" "나도 쓸만한데"와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는데요, 스쿱미디어에서 제작한 상품으로 보입니다. 머그컵에 적힌 것처럼 이 공간을 방문하는 창업자 분들이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업과 기업가 정신을 말하다, 이벤트홀
카페를 나와 지하 1층 이벤트홀을 기웃거렸습니다. 마루180의 지하 1층 이벤트홀은 창업과 기업과 정신에 관련된 다양한 교육, 콘서트, 네트워킹 이벤트 등이 열리는 장소로, 최대 15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관련된 행사라면, 누구나 이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요, 마루180의 홈페이지에서 이벤트홀 사용 신청을 하면 됩니다. 관리자가 이벤트를 접수 후 승인하면 행사를 개최할 수 있게 됩니다.
마루180 홈페이지에서 이벤트홀 사용 현황을 살펴보면, 창업 및 스타트업과 관련된 각종 세미나, 워크샵, 사업설명회, 해커톤,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꽉 차 있습니다. 일요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예약이 되어 있고, 하루 평균 1~3개의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 방문했을 때는 스마트스터디의 하반기 전략 발표 행사가 있었는데요, 100여 명의 사람들이 행사장에 북적북적했습니다. 이 외에 이벤트홀에 입장하는 길목에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된 것도 눈에 띕니다.
스타트업 사무공간과 지원 기업들의 공생
한편, 마루180의 2~5층 공간은 아산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사무공간, 엑셀러레이터 및 벤처캐피탈 등 창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자리한 곳입니다. 이 공간은 입주 기업을 제외하면 출입할 수 없습니다. 출입증을 카드 리더에 접촉해야만 하므로, 내부를 살펴보지는 못했습니다.
스타트업 사무공간은 2~4층에 마련되어 있으며, 2층에는 스파크랩(엑셀러레이터), 3층에는 캡스톤파트너스(벤처캐피탈), 4층에는 DSC인베스트먼트(벤처캐피탈), 5층에는 퓨처플레이(기술 기반 엑셀러레이터)가 입주해 있습니다. 이들 지원 기업들은 스타트업 육성 및 지원에 일가견이 있는 곳들로, 스타트업들과 협업하고 교류하고 있습니다. 또한, 입주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팅을 돕거나 이벤트홀에서 창업 아카데미 등의 강연도 진행합니다.
마루180에서는 약 6~7개월 단위로 스타트업 사무공간에 입주 모집을 진행합니다. 선발과 모집은 아산나눔재단이 담당하는데요,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으로 지원을 받고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를 거쳐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입주 기간은 기본 6개월이지만, 최대 1년 6개월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 사무공간은 팀 구성과 서비스 방향성이 어느 정도 갖춰진 기업을 대상으로 합니다. 예비창업가나 신생 스타트업은 1층에 위치한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의 이용을 권하고 있다고 하네요.
카페: 유료 멤버십 제도가 특징
마루180의 입주한 기업이 아니라면, 예비창업자 분들이 가장 자주 방문할 공간은 아무래도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카페)입니다. 언뜻 보기엔 일반 카페와 비슷해 보이지만, 운영 방법이 다소 독특합니다. 카페에 처음 방문한 분들은 카운터에서 이용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는 시간제, 회원제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카운터에서 신분증을 맡기면 목걸이 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집에 갈 때는 목걸이 카드를 반납하고 신분증을 받으면 됩니다). 한 시간을 이용하면 2,000원, 하루를 이용하면 1만 원을 내면 됩니다. 하루 1만 원에 음료 하나를 주문할 수 있으며, 그 다음부터는 셀프바에서 커피나 녹차를 계속해서 리필할 수 있습니다. 음료를 주문할 때 목걸이를 대고, 카페를 퇴실할 때 한 번에 결제하는 시스템입니다. 카페 이용 시간은 주중에는 아침 8시~밤 11시이며, 주말에는 아침 9시~밤 9시입니다.
만약 창업을 준비하거나 작업할 일이 많아서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를 계속 이용하고자 한다면, 한 달에 15만 원을 내고 멤버십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카페의 안내사항을 보면, 월 멤버십 혜택으로 O.A 카드 2만 원권, 셀프바 컵 제공, 라커룸 제공(30명 선착순), 마이크임팩트 스쿨 쿠폰 5만 원권, 클라이언트 3시간 무료 입장, 랩실 3시간 무료 대관 제공, 각종 스튜디오 행사 참여 가능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멤버십은 카페 현장에서 또는 마이크임팩트 스쿨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월 5만 원을 더 내면 우편 및 택배 보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이용 시간당 비용을 지불하는 '시간제 카페'가 늘고 있는 만큼,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의 운영 방식이 독특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창업지원공간을 다녀본 필자 입장에서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구글 캠퍼스 서울을 비롯한 대다수의 창업지원공간이 커피값을 제외하면 멤버십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적은 비용이라도 부담을 느낄 수 있는데, 창업지원공간이 이런 부담을 해소해 주었다면 어땠을까요. 하루 1만 원, 한 달 15만 원이 혹자에게는 적당한 금액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멤버십 가입은 방문객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다만, 아래 소개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아우르면, 마루180의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는 한정된 단골 고객들이 편안하게 공간을 이용하고 창업에 필요한 네트워킹을 쌓는 데 특화된 공간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마이크임팩트 멤버들 간 교류, Shake!
마루180의 카페는 (예비)창업자, 개발자, 디자이너, 투자자, 엑셀러레이터가 모이는 공간인 만큼, 네트워킹 기회도 꾸준히 마련되고 있습니다. 크게 4가지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Shake the meal은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 멤버들이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월요일에 함께 점심을 먹는 시간입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며 친분을 쌓는 것인데요, 참여 비용은 1만 원입니다. 점심을 먹는 것이 번거로울 경우,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합니다.
Shake the talent는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 멤버들이 서로 재능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인데요,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저녁에 스튜디오 멤버들 중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른 멤버들에게 나누어 주는 시간을 갖습니다. 예를 들면 모바일 서비스를 개발하는 창업자에게 디자인 재능을 기부하고, 서로 상호 협력할 수 있겠지요. 재능을 선물한 멤버는 다음 달 멤버십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Shake the night는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 멤버들이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친분을 쌓는 것으로, 참여 비용은 1만 원입니다.
Shake the board는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 멤버들이 게시판을 통해 구인구직 및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인데요, 게시판에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재능을 기입하면 해당 재능을 지닌 멤버와 연결해 준다고 합니다.
한편, 마루180에 대해 보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maru180.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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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