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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EL 2015] 화제의 보드게임, '페어플레이 차트'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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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안수영 기자] 독일 에센에서 열리는 '슈필(Spiel)'은 매년 신작 보드게임들이 다수 공개되는 행사입니다. 올해 행사에는 850여 개의 신작 보드게임들이 공개됐는데요, 하나의 행사에서 공개되는 것을 떠올리면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이 수많은 게임들을 현장에서 다 해보기란 불가능한데요, 그렇다면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슈필 2015

그럴 때는 '페어플레이 차트'를 참고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페어플레이 차트란, 보드게임 매거진인 '페어플레이'가 발표하는 일종의 보드게임 빌보드 차트입니다. 현장에서 페어플레이 소속의 보드게임 전문가들이 신작 보드게임들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평점을 매긴 뒤 이를 합산해 순위를 발표합니다. 보드게임 업계에서는 제법 영향력 있는 차트로, 현장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마치 새 영화가 개봉을 앞뒀을 때 기자 및 영화평론가가 먼저 시사회에 참석하고, 영화 별점을 매기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페어플레이 차트는 행사 첫날 저녁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점수 합산이 늦어져 둘째날인 오늘 오후에 처음 발표됐습니다. 오전부터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페어플레이 차트를 확인하고자 부스 앞을 서성였는데요, 오늘 오전에 문의하니 '정오 즈음에 발표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현지 시각으로 오후 1시 이후에 차트가 발표됐습니다. 커다란 전광판 등에서 소개하는 것은 아니고, 하얀 종이에 간단하게 인쇄를 해 둔 모습이었네요.

슈필 2015

과연 어떤 게임들이 차트에 이름을 올렸는지 살펴보도록 할까요. 페어플레이 차트에 발표된 게임은 총 10종이었는데요. 여기에는 게임명뿐만 아니라 출판사, 부스 위치 등을 적어두어 관람객들이 직접 부스를 찾아가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페어플레이 차트 게임은 Mombasa, Codenames, La Granja, Isle of Skye, Sheep & Thief 등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기존의 '7원더스'를 2인용으로 새롭게 선보인 '7원더스 듀얼', 프리드만 프리제의 주사위 게임인 'gipfelsturmer' 등이 순위에 올랐습니다.

슈필 2015

페어플레이 차트에 오른 게임들 중에서는 '코드 네임'을 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이 게임은 두 개의 스파이 팀 대결로, 2인 1조로 진행되는 파티 게임입니다. 2명부터 8명까지 즐길 수 있지만, 2인 1조가 되는 게임 규칙 때문에 4, 6, 8명이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적당합니다.

슈필 2015

팀을 이뤘다면 게임을 준비할 차례인데요, 게임판 위에 단어가 적힌 카드를 25장(가로 5 X 세로 5) 올려둡니다. 25장의 카드에 적힌 단어들은 신원을 감춘 스파이들의 '코드 네임'입니다. 이 25명의 스파이는 빨강, 파랑 등으로 각각 팀이 다른데요, 25명의 스파이들이 어떤 색깔의 팀에 속하는지는 각 팀에서 1명만 알 수 있습니다.

슈필 2015

각 팀에서 25명의 스파이들의 색깔을 아는 플레이어는, 자신과 한 팀을 이룬 다른 플레이어들이 정답을 맞출 수 있도록 설명을 해야 합니다. 25장의 카드에 적힌 단어와 연상되는 단어 1개를 말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candy'라는 코드네임을 맞히게 하고 싶다면 'sweet'라고 설명하면 되겠지요. 이렇게 해서 정답을 맞히면 그 위에 우리 팀의 색깔 카드를 올려놓으면 됩니다.

만약, 연상 단어를 잘 설명한다면 한 번에 2개까지 정답을 맞힐 수도 있습니다. 단, 다른 팀에 속한 단어를 연상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banana'를 맞히게 하려고 'fruit'라고 했는데 상대방 팀에 'apple'이 있다면, 나와 같은 팀원이 apple을 지목할 수도 있으니까요. 또한, 검정색에 속하는 '암살자' 카드도 있는데요, 모든 플레이어들은 암살자 카드를 선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설명만 들으면 단어 추리게임 같지만, 실제 게임을 할 때에는 다른 팀의 단어와 맞물릴 여지가 많아, 어떤 단어로 설명할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른 팀에 속하는 단어와 암살자를 피해 교묘하게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것이 게임의 포인트였습니다. 상대방이 헷갈려 하는 기미를 보일 때는 '제발 틀렸으면 좋겠다!'하고 내심 바라기도 했습니다. 영어판으로 진행하는 바람에, 잘 모르는 단어를 설명해야만 할 때는 곤혹스럽기도 했지만요.

슈필 2015

일본에서 제작한 '양과 도둑(Sheep & Thief)'도 살짝 엿보았습니다. 페어플레이 차트가 오후 1시에 처음 발표되었는데, 오후 4시에 일본 부스를 찾아가니 게임이 모두 품절돼 직접 체험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대신 부스에 계신 담당자 분에게 게임 규칙에 대한 설명만 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제목 그대로 양과 도둑을 소재로 한 카드 게임이었습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카드를 1장 뽑아, 카드에 그려진 길이 이어지도록 카드를 내려놓으면 됩니다. 이렇게 카드를 내려놓고 양 말을 놓으면서 양들을 늘려갈 수 있는데요, 양은 1마리당 1점의 점수를 줍니다. 하지만 카드를 내려놓을 때 도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요, 양과 맞닥뜨린 도둑들은 양을 훔쳐갑니다. 애써 모아놓은 양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수도 있어, 게임이 흥미진진해집니다. 직접 설명을 들으니 '카르카손'과 상당히 유사했는데요, 양을 훔치는 도둑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긴장감이 높습니다.

슈필 2015

한편, 페어플레이 차트는 1번만 발표되는 것이 아니라 행사 기간동안 꾸준히 갱신되는데요. 두 가지 게임을 살펴본 뒤 저녁에 페어플레이 차트를 확인하니 내용이 갱신되어 있었습니다. 'Mysterium'이 새롭게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504'와 'Domus Domini' 등의 게임도 등장했습니다. 과연 내일은 어떤 게임들이 차트에 오를지 기대가 되는데요, 이처럼 행사 기간 동안 페어플레이 차트에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살펴보는 것도 슈필 2015만의 매력입니다.

슈필 2015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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