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푸스 카메라 80주년을 알림과 동시에 PEN-F를 소개한 오카다 나오키 올림푸스한국 사장. >
[IT동아 강형석 기자] 2016년 2월 1일, 올림푸스한국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자사의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 '펜-에프(PEN-F)'를 공개했다. 올림푸스 카메라 80주년(올림푸스 설립은 98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선보인 이번 제품은 그간 선보여 온 자사 미러리스 카메라 기술을 총망라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존재다. 당연히 가격은 역대 펜 시리즈 중 높을 것으로 보인다.
PEN-F의 등장은 2013년에 출시된 PEN E-P5 이후 3년 만이다. 올림푸스는 PEN E-PL7를 끝으로 새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 OM-D 시리즈 출시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PEN-F 디자인을 고스란히 계승
오카다 나오키 올림푸스한국 사장은 "PEN-F는 특유의 클래식 감성을 이어받았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최신 광학 이미징 기술이 접목된 최상위 제품으로 완성했다. 올림푸스 80년의 역사를 느낄 수 있고 미래의 행복을 예감할 수 있는 최고의 걸작이 완성됐다"며 새로운 카메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PEN-F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53년 전, 필름 기반의 PEN-F가 출시된 바 있다. 35mm 필름을 좌우로 절반씩 촬영하는 하프-프레임(Half-Frame)카메라 형식으로 필름 값 절감 및 독특한 사진을 기록할 수 있어 주목 받은 바 있다.
< 올림푸스 PEN-F는 이미 필름 카메라로 먼저 출시된 바 있다.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
새로운 PEN-F는 과거 필름카메라를 기반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하지만 최대한 당시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끔 핵심이 되는 부분은 대부분 구현해 놓았다.
카메라를 디자인한 노하라 타케시 올림푸스 디자인센터 디자이너는 "PEN-F는 이전 제품 형태에 연연하지 않도록 했다. 이는 디자인의 퇴화를 불러오기 때문. 이번에는 원점으로 되돌아가 새롭게 재해석했으며, 바디 라인과 실루엣을 확실히 이어 받도록 한 점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 디지털로 부활한 올림푸스 PEN-F는 옛 카메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
실제로 과거 PEN-F와 현행 PEN-F를 비교하면 카메라 상단의 계단 형태의 라인과 직선으로 떨어지는 라인이 흡사하다. 또한 필름감개의 형상과 전면의 스위치도 옛 것을 그대로 차용한 느낌을 준다.
올림푸스는 최적의 조작과 그립감을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디자인 했다고 한다. 노하라 타케시 디자이너는 "신은 디테일 속에 존재한다는 독일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명언이 있다. 이를 되새기고자 색상과 재질, 완성도를 모두 철저히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PEN을 디자인한 노하라 타케시 올림푸스 디자인센터 디자이너. >
그 중 하나가 카메라 어디서든 조립 나사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한다. 실제 카메라를 이리저리 둘러봐도 흔한 나사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후 카메라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리가 어려운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에 올림푸스한국 관계자는 "디자인도 결국 수리와 유지보수 측면을 고려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손에 쥐어 본 느낌으로는 생각보다 가볍다. 올림푸스한국 측 자료에 따르면, PEN-F의 무게는 배터리와 메모리를 포함해 427g, 가벼운 렌즈를 포함하면 700~800g 남짓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마그네슘 합금 재질의 마감과 그 위에 덧댄 고무의 조합은 옛 카메라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흑백 촬영’ 지원으로 추억 저격… 그러나
PEN-F는 기존 OM-D 시리즈의 장점을 모두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냥 받은 것도 있고 업그레이드한 부분도 존재한다. 특히 이미지 센서는 기존 1,600만에서 2,000만으로 화소가 크게 늘었다. 그 덕에 한 번에 8장 사진을 촬영, 4,000만 화소 고해상도 이미지를 기록하던 것이 5,000만 화소가 되었다. 그 외에 5축 손떨림 방지 기능, 236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 등이 탑재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결과물에 대한 선택권이 매우 넓어졌다는 점이다. 올림푸스는 아트필터라는 선보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다. 채도나 색감을 사용자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미지에 반영 가능했다. 그러나 새 카메라에는 흑백 필름 느낌을 재현하기 위한 모노크롬 프로필 컨트롤과 12개 색상의 채도를 11단계로 조정하는 컬러 프로필 컨트롤이 추가됐다.
이는 단순히 화질이 아닌 사진을 감성적인 요소로 접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작을 해보니, 컬러 프로필 컨트롤은 때에 따라 로모(LOMO)같은 토이 카메라 느낌 또는 모노크롬 프로필 컨트롤로 묵직한 감성의 흑백 촬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한계도 엿보인다. PEN-F는 다른 올림푸스 카메라처럼 4K 영상을 지원하지 않는다. 또한 감도 범위도 ISO 80에서 2만 5,600에 머문다. 화소 증가와 색보정 및 흑백 기능은 참신하지만 기기적 잠재력은 OM-D 시리즈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게 아쉽다.
< 올림푸스 PEN-F에 대해 설명 중인 후쿠다 카즈다카 올림푸스한국 이사. >
이에 대해 후쿠다 카즈다카 올림푸스한국 이사는 "4K는 아직 사용 영역이 한정되어 있다. 있으면 좋지만 필수불가결 요소는 아니다. 아직 풀HD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하며, 향후 시장이 무르익는다면 우리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컬러 및 모노크롬 프로파일은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은 올림푸스만의 영역이다. 이를 가지고 얼마나 접근하고 키워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건 우리의 도전과도 같은데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기기적 잠재력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후쿠다 카즈다카 이사는 "카메라는 어느 하나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센서와 영상처리엔진, 최고의 렌즈, 보조 기술 등이 모두 조화롭게 작동할 때 최고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림푸스 PEN-F는 실버와 블랙, 두 가지 색상으로 선보이고 국내에는 17mm f/1.8 렌즈가 포함된 키트 형태로만 판매할 예정이다. 가격은 일본 기준, 본체만 약 15만 엔(원화 환산 약 149만 원 상당)이다. 그러나 렌즈가 올림푸스한국 온라인 상점 기준 58만 원이기 때문에, 국내 판매되는 PEN-F는 200만 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꼭 이 렌즈와 같이 판매해야 했을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