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안수영 기자] 올해 IT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이다. 가상현실이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마치 현실인 것처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뜻한다. 특수 안경이나 기기를 착용하면 가상으로 만든 세계를 실제 현실처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IT 업계에 가상현실 기술이 거론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최근에는 장비가 다양해지고 가격도 다소 낮아졌으며, 콘텐츠 제작도 보다 수월해졌다. 예를 들면 구글이 선보인 카드보드는 15달러에 불과할 만큼 저렴하다. 최신 스마트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7, LG전자의 G5도 가상현실 기술을 지원한다. 가상현실 기술은 게임, 교육, 군사,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VR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가상현실 분야의 창업자들도 늘고 있다. 경기도는 이러한 창업자들을 육성하고 아이디어를 지원하고자 VR,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분야 창조 오디션을 개최했다. 지난 16일부터 서류 심사를 통해 결선 진출 10팀을 선발했다. 과연 최종 오디션까지 진출한 10개 팀은 어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을까. 지난 28일 광교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VR / AR 창조 오디션이 열렸다.
VR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해당 분야 창업이나 스타트업도 늘고 있는데, 이번 오디션도 해당 분야의 유망 기업을 육성하는 취지로 열렸다. 경기도는 16일부터 서류심사를 통해 결선진출 10팀을 선정했다. 결선 진출 10팀은 ▲VENTA VR, ▲릭스, ▲구름을 달리는 사람들, ▲에코로커스, ▲볼트홀, ▲브이알 미디어, ▲서커스컴퍼니, ▲에이알위드, ▲Vir-D(Virtual Dive), ▲낭만팬더 VR 등이다. 이들 10개팀은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1:1 멘토링을 받고 최종오디션에 참여하게 됐다. 이 행사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했다.
이날 행사에는 경기도 주요 인사뿐만 아니라 IT 분야 각계 전문가, 청중 평가단, 미디어 등 약 150명이 참여해 북적였다. 10개 팀이 자신의 사업 아이템과 실현 가능성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다. 결선 진출 기업들이 만든 콘텐츠를 시연해 볼 수 있는 체험존, 전문가 강연도 마련돼 풍성함을 더했다.
오디션 분위기는 '후끈', 다양한 기술들이 '반짝'
한 팀당 7분 동안의 발표 시간을 갖고 8분의 질의응답을 갖는 VR, AR 오디션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첫 발표를 한 '구름을 달리는 사람들' 팀은 서핑 항공모함 VR 전투게임을 소개하며 경쾌하게 등장했다. 해당 팀은 파도와 하늘을 가르는 듯한 사용자 경험, 서핑보드와 사격 등 다양한 스포츠 체험이 가능함을 강조했다.
10개 팀의 VR, AR 사업안은 각양각색이었다. VR 하드웨어를 발표한 기업, VR 애니메이션과 교육 콘텐츠, VR 교육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저작 툴을 발표한 기업들이 있었다. 구글 카드보드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VR 게임, VR 콘텐츠를 만드는 데 유용한 기술을 발표한 팀도 있었다.
청중평가단은 현장에서 콩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발표팀에 투표를 했다. 사전에 VR 분야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 평가단으로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심사위원들은 VR 및 IT 분야 전문가로 구성됐으며, 날카로운 질문과 현실성 있는 조언들을 전했다. 오디션 참가자들은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및 파트너 계약 등 다양한 영역에 응답했다.
오디션 결선 진출 10팀의 발표가 끝난 뒤, VR 및 시뮬레이터 기업들이 산업 트렌드를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스코넥 엔터테인먼트, 볼레 크리에이티브, WRD, 이토이랩 등 전문 기업들이 나서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이토이랩의 경우 "VR 콘텐츠 개발 시 플레이어와 배경의 움직임이 크지 않은 것이 좋다. 또한 PC뿐만 아니라 모바일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시장을 노리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다음으로 카이스트 우운택 교수의 특별 강연이 이어졌다. 우 교수는 우 교수는 "VR은 상상력을 콘텐츠로 만들고 사용자와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다. AR은 현실 공간에서 가상의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므로, 현장감을 중요시해야 한다. AR은 커머스 시장과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속성들을 잘 고민해서 사업을 풀어나가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우 교수는 "흔히 VR과 AR 기술을 말할 때 '콘텐츠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심어줄 것인지, 얼마나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사용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경험을 주지 못한다면 시장은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수상의 영광은? VR 콘텐츠 편집 고민을 해결하는 '릭스'
과연 이날 행사에서 우승을 거머쥔 주인공은 누구일까. 대상은 '왜곡 없는 VR 촬영 기술'을 발표한 '릭스(LYX)'가 차지했다. 릭스가 발표한 기술은 VR 영상 촬영 시 '스티칭 에러'를 없애는 것이다. VR 영상은 360도를 커버하기 때문에, 영상을 여러 개 바느질로 이어붙이는 작업을 한다. 이것을 '스티칭'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상을 이어붙인 만큼, 영상과 영상 사이에 스티칭 라인(경계선)이 생기고 영상 속 인물이 라인 부근을 지나가면 화면이 잘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릭스 측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인물이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 카메라를 이동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것이 바로 팬 스티킹 기술이다. 인물을 트래킹하는 센서와 카메라, 회전 모터를 달아 360도 VR 촬영 카메라를 만들었다. 경제적이고 간편하다. 피사체가 여럿일 경우, 인물들이 겹치는 부분만 별도로 촬영해 붙여주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대상을 거머쥔 릭스 장정욱 대표는 "저희는 VR 영상 구간 작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편집 과정에서 스티칭 개념을 알게 됐는데요,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물을 따라 움직인다면 스티칭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카메라를 돌리기 위해 센서를 붙였습니다. 실제로 테스트를 해 보았는데 작업 시간이 10분의 1로 줄어들고, 스티칭 문제도 사라졌습니다. 저희가 설명한 아이디어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좋게 봐 주시고 큰 상을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작은 아이디어가 큰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도록 보다 내실을 다지고자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초음파 센서로 실내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을 VR과 결합한 회사 '에코로커스'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VR 콘텐츠는 시각, 운동 인지부조화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에코로커스 측은 "이는 카메라가 사용자를 트래킹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초음파 센서로 사용자를 트래킹하는 방식을 고안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은 비용이 저렴하고, 오차율이 적으며, 무선 HMD 플랫폼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전시, 체험 등의 B2B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우수상과 장려상은 VR과 교육을 접목한 '서커스 컴퍼니', '벤타 VR(VENTA VR)'이 차지했다. 서커스 컴퍼니는 교육 자료를 VR 콘텐츠로 저작할 수 있는 툴을 갖춘 기업이다. 이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과학 실험, 역사 유물 살펴보기 등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학생들이 VR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보면서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초보자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다루기 쉽다. 회사는 한국학술제작원과 콘텐츠를 제작해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벤타 VR이라는 회사는 게임 엔진과 VR 기술을 결합해 영어학습 콘텐츠를 제작했다. 학생들이 시선을 옮기면 메뉴를 선택할 수 있으며, 입체 영상을 통해 외국인과의 실제 대화상황 등을 체험하도록 했다.
이번 오디션에 참여한 10개 팀은 광교 경기문화창조허브에 입주공간 및 인프라를 지원 받을 수 있다. 프로젝트의 사업화를 위한 투자 지원, 마케팅, 컨설팅과 멘토링, 교육, 장비 등도 지원된다. 수상을 거머쥔 4개 팀은 총 1,100만 원 규모의 상금을 지급받는다.
행사에 참석한 이기우 경기도 부지사는 "오늘 행사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들을 볼 수 있었다.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보다 많은 공간에서 VR, AR 사업 분야가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이번 행사에 참여한 VR / AR 분야 기업들 중 수상을 거머쥔 팀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현재 VR 콘텐츠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스티칭 에러를 해결하는 '릭스', 어지럼증을 해소할 수 있는 '에코로커스' 등이 그렇다. 둘째, 교육 분야와 VR 기술을 접목한 팀이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사업화 과정에서 비교적 현실성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행사에 참여했던 카이스트 우운택 교수는 "VR 기술은 다양한 분야가 복합적으로 결합되는 만큼,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 쉽지 않은 영역이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부분을 특화하고, 다른 기업들과 제휴를 하는 등 현실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원천 기술, 콘텐츠, 하드웨어 등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면 전문성을 살리기 어렵고 벅찰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가 우승팀 선정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오디션은 VR과 AR 기술 기업들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VR 기술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오디션에 참가한 기업들의 기술을 직접 다뤄볼 수 있는 체험존도 마련되어 풍성함을 더했다. 다만, 시간의 제약으로 쉬는 시간 10분 내에만 체험이 이루어졌다. 청중평가단이 체험존을 보다 심도있게 경험하고 심사할 수 있었다면 더욱 유용했을 것이다.
VR과 AR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며 실생활에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충만하다. 그것이 2016년 IT 분야에서 해당 기술들을 주목하는 이유가 아닐까. 다만, VR 콘텐츠 특유의 어지럼증, VR 장비의 가격, 실제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도입될 수 있을지 가능성,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 등을 면밀하게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는 창업자들이 늘어나 실감영상 기술 분야가 보다 발전하길 기대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