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안수영 기자]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 문화는 무엇이 있을까.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느라 부모들이 흥미를 잃는 경우도 많다. 영화 감상이나 그림 그리기, 온라인 게임도 좋겠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다.
연령대에 구별 없이 어울려 즐기고, 많은 대화를 할 만한 놀이를 원한다면 '보드게임'을 고려할 수 있다. 보드게임은 기억력, 수리력, 창의력, 추리력을 향상하는 교육적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아동 및 청소년들의 의사소통능력 및 문제해결력을 향상한다. 일반 가정 및 학교, 각종 교육기관에서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보드게임 기업들은 교육적이고 건전한 놀이 문화를 조성하고자 다양한 보드게임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4월 2일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에는 행복한바오밥이 연 가족 보드게임 행사도 그렇다. 이번 행사는 행복한바오밥이 주관하고, 안양창조산업진흥원(원장 박병선)과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가 후원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렸다. 주로 유아,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다수 참여했으며, 조부모들도 참여해 가족들과 게임을 즐겼다. 각 테이블에는 스텝들이 배치돼,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규칙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왔다. 이날 행사에는 퀴즈팝, 차례차례 똑똑, 티켓 투 라이드, 스티키 스틱스, 플레이 제주 등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교육용 보드게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행사장에 참석한 사람들이 동시에 게임을 진행하고 점수를 확인할 때는 너도나도 적극적으로 손을 들며 자신감을 뽐냈다. "70점 이상인 분 있나요? 네, 혹시 80점 이상인가요? 81점?' 혹시 자신보다 점수가 더 높은 사람은 없는지,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은 누구인지 주변을 살펴보는 모습은 사뭇 흥미로워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이필운 안양시장이 직접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게임을 체험하고, 시민들과 교육과 놀이문화와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 시장은 차례차례 똑똑, 스티키 스틱스 등의 게임을 직접 배우고 즐기며 보드게임을 이해했다.
이 시장은 "최근 가족 간 대화가 적은 가정이 많다. 오늘 행사를 둘러보며 시민들이 가족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니, 보드게임이 건강한 가정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 규칙을 습득하면서 어린이들이 창의력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안양시는 인문학 도시를 지향하며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보드게임 행사가 이러한 취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이러한 행사가 자주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보드게임 체험뿐만 아니라 토너먼트 대회도 개최됐다. 미니빌, 티켓 투 라이드, 플레이 제주, 고려 등의 토너먼트에 사전 참가를 신청한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겼다.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하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우승보다는 참여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학부모들은 대회에 참가한 자녀들을 보며 창 밖으로 응원을 보내거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행사에는 보드게임 '플레이 제주'를 만든 김준협 작가, 정연민 디자이너의 사인회도 열렸다. 플레이 제주 보드게임을 가져온 사람들은 게임 박스에 친필 사인을 받을 수도 있었다. 게임을 직접 체험하고 재미를 느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차례차례 줄을 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안양시 학부모는 "저희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참 좋아한다. 체험 기회가 더 많으면 좋을 텐데, 서울을 중심으로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늘 아쉬웠다. 보드게임 행사가 다양한 지역에 활성화된다면 교육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드게임은 연령대에 구애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에게도 좋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안양시는 가족 중심 도시를 만들기 위해 보드게임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드게임은 여러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놀이 문화인 만큼, 가족 간의 의사소통을 개선하는 데 탁월하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서도 보드게임 문화가 가족 단위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지고 있다.
해외의 경우,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드게임 문화가 널리 확산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보드게임을 책으로 취급하고, 공공 도서관에서도 다양한 보드게임 및 행사를 제공한다. 보드게임의 역사가 깊은 독일에서는 '도서관에 반드시 보드게임이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주가 있을 정도다. 행복한 가족 소통에 관심을 갖는 지역구가 늘어난다면, 국내에서도 보드게임 문화가 더욱 적극적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