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밝은' 전자책이 나왔다.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전자책 전문기업 한국이퍼브가 국내 최초로 '프론트 라이트'를 탑재한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샤인'을 공개한 것. 크레마 샤인은 한국이퍼브가 작년 9월 선보인 '크레마 터치'의 후속 모델이다.
한국이퍼브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크레마 샤인을 공개했으며, 신제품의 특성을 살려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행사가 시작하자 조명이 꺼지고, 둥근 조명이 등장해 달과 별이 그려진 그림을 비추었다. 이는 어두운 밤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델들이 등장해 어두운 장소에서 전자책을 읽었다. 둥근 조명이 독서하는 모습을 비추며 '어두운 곳에서도 읽을 수 있는' 크레마 샤인을 강조했다.
프론트 라이트로 밝은 화면, 전자책 단말기 최고 사양 '주목'
크레마 샤인을 이용하면 어두운 곳에서도 전자책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프론트 라이트'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프론트 라이트는 HD 해상도의 전자종이 패널에 LED 조명을 내장한 프론트 라이트를 적용해 독서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 전자책이 다소 회색이 도는 화면인 데 반해, 프론트 라이트를 켜면 하얀 종이처럼 보인다는 장점도 있다.
프론트 라이트 탑재는 e-ink(전자 잉크)방식의 단점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e-ink 방식은 눈이 편안해 종이책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는 장점으로 그 동안 전자책 단말기에 적용돼 왔다. 하지만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밝은 곳에서는 더욱 밝게 보이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독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프론트 라이트는 측면으로 빛을 반사해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보인다. 이에 한국이퍼브 관계자는 "크레마 샤인은 독서의 영역과 가능성을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레마 샤인은 전세계 단말기 중 가장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예를 들어 시스템 메모리는 512MB(대부분의 전자책은 256MB), 기본 저장공간은 8GB이다. 한국이퍼브 측은 책을 많이 읽는 사용자들을 위해 저장공간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전자종이 패널의 최고 해상도인 16그레이를 적용했다. 해상도는 1,024X758로 작은 글씨도 또렷하게 표현한다.
크레마 샤인은 밝고 선명한 화면을 위해 IR 터치스크린을 채용했다. 다만 이 방식은 정전식 터치 방식(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터치 방식과 동일)보다는 터치의 정교함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에 대해 한국이퍼브 측은 "책을 읽는 것에 주목해 IR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운영체제를 탑재한 것이다. 한국이퍼브 측은 "대부분의 전자책 단말기가 2.3 진저브레드 버전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전자책 뷰어가 웹킷 엔진을 사용하는데 진저브레드는 웹킷과의 호환성에 문제가 있어 책의 내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운영체제를 적용한 전자책은 크레마 샤인이 처음이다.
제품 디자인은 전작인 크레마 터치와 비슷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으로 감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무게는 185g, 두께는 9.5mm로 가볍고 얇다. 전작에 비해 베젤 두께도 줄여 휴대성을 높였다. 색상은 검정색과 흰색 두 가지며, 검정색 모델은 고무 재질 페인팅을 적용해 손에 쥐기 편리하다. 흰색의 경우 더러움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UV 코팅 처리했다.
크레마 샤인은 8월 26일 정식 출시되며, 가격은 14만 9,000원이다. 8월 5일부터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각 인터넷서점 홈페이지에서 예약 구입할 수 있다. 전작인 크레마 터치의 가격은 10만 9,000원으로 인하됐다.
전작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눈에 띄게 달라진 '크레마 샤인'
현장에서 직접 크레마 샤인을 사용해 보았다. (현장에서 체험한 크레마 샤인은 정식 출시 이전의 제품으로, 정식 출시 제품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본 기자는 전작인 크레마 터치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 당시 크레마 터치는 '한국형 킨들'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주목을 끌었지만,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못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본 기자도 그랬다. 전반적으로 기기가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화면이 깜박임이 심하고 터치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데다 오류창이 나타나는 일이 잦았다. 물론 업데이트를 통해 점차 개선되었지만 이미 불만을 느낀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웠다.
그랬던 크레마 터치, 아니 크레마 샤인이 달라졌다. 가장 불만스러웠던 기기 안정성을 살펴보았다. 전작보다 반응 속도도 훨씬 빠르고, 안정감이 있었다. e-ink 단말기의 특성인 잔상이 남는 현상도 느끼지 못했다. 터치의 정확도는 스마트폰보다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확연히 개선됐다. 아직 정식으로 출시된 제품이 아닌데다 오래 써 보지는 못했으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실망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프론트 라이트 기능도 만족스러웠다. 프론트 라이트 때문에 눈이 부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프론트 라이트를 켜고 밝기를 최대로 높여도 눈이 편안했다. 어두운 장소로 가져가 살펴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었다. 밝기를 낮추어도 눈이 아파 장시간 독서하기 힘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는 차별점이 있었다. 물론 빛반사 현상도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이퍼브 관계자는 "크레마 터치를 출시할 때 시행착오가 많았던 점을 인정한다. 고객들에게 반성문을 6차례 올렸고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요구사항과 질책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신제품은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오류 개선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현재 국내 독서 인구는 나날이 줄어드는 추세이며, 전자책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왜 굳이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하느냐'라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전자책과 태블릿PC는 사용 용도와 근본적인 성격이 다르다. 태블릿PC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반면, 전자책 단말기는 오직 독서에 최적화된 단말기다. 태블릿PC를 이용해서 독서를 할 수도 있지만 전자책에 대한 집중도와 만족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은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단말기를 찾는다. 스마트폰이 있지만 MP3 플레이어의 수요가 여전한 것과 유사하다. 또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근본적인 기능이 유사한데도, 사람들은 각각의 기기를 구입해 다른 용도로 이용한다.
한국이퍼브가 전자책 단말기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이유도, 이처럼 독서에 최적화된 단말기를 제공해 독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예스24 김기호 대표는 "전자책 단말기를 보급해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좋은 환경에서 책을 보는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전자책 단말기, 콘텐츠, 독자 등 모든 요건이 고루 갖추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전자책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이와 같은 노력은 당분간 전자책 단말기 보급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시도를 통해 국내에도 전자책을 가까이하는 지식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