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IT동아 남시현 기자] 전 세계 IT 업계의 방향과 목표를 새해 벽두에서 확인하는 자리, CES 2020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개막 하루 전 날인 1월 5일(현지 시각), 삼성전자가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디스플레이 신제품 공개 및 향후 방향성을 알리는 더 퍼스트 룩(The First Look) 행사를 진행했다.
작년에 선보인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더 월'은 150 · 292인치 초대형 디스플레이와 함께 가정환경에 맞는 75 · 88 · 93 · 110인치 대로 세분해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공략하며, 출시는 올 하반기 예정이다. 2020년 형 QLED 8K는 2019년 형 제품보다 더 진화된 인공지능(AI)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앞세운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삼성 오디세이 G9(49인치), G7(32, 27인치) 게이밍 모니터, 모던 인테리어를 접목한 더 세리프(The Sherif)와 더 프레임, 더 세로가 함께 공개됐다.
LG OLED와의 8K 화질 이슈는 올해 1월 1일 CTA 인증 획득으로 마무리
삼성전자의 주력 디스플레이인 2020년 형 QLED 8K는 화질 면에서 상당한 개선을 거쳤다. 지난해 LG 전자와 공수를 주고받은 8K 해상도 화질선명도(CM·화소 간 구분 정도)에 대한 해결책을 제품에 적용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시작된 8K 화질 논쟁은 LG전자가 "삼성 QLED 8K TV의 화질 선명도가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이 정한 기준치(50% 이상)보다 낮은 12%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시작됐고, 삼성전자가 "화질 선명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척도"라고 받아치며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8K UHD 인증에 화질 선명도가 50%를 초과할 것을 주문하자 CES2020 개막을 며칠 앞둔 1월 1일, CTA 인증을 획득했음을 밝혔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업부장 한종희 사장은 "CTA가 CM 50%이라는 기준을 발표한 게 9월이다. 논란이 된 모델은 그 이전에 출시된 제품이기 때문이었기에 별도로 보아야 하며, 2020년에 출시된 모든 QLED 모델은 CTA가 제시한 CM 기준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인피니티 디자인과 스마트 기능으로 차별화를, 2020년형 QLED 8K
2020년형 QLED 8K의 핵심은 화면 베젤(Bezel)을 최소화해 화면의 99%까지 영상을 투영하는 인피니티(infinity) 디자인이다. 베젤이란, 디스플레이 패널을 지탱하고, 테두리에서 발생하는 백라이트의 빛샘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배치하는 구조다. 베젤이 얇아질수록 화면 크기 대비 화상이 넓어지고 화면에 집중하기 좋지만, 현재까지도 모두가 인정할 만큼 LED 패널 베젤을 없앤 제조사는 없다.
발표에 앞서 삼성전자가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화면 베젤을 없앤 '인피니티(Infinity)'디자인을 적용해 TV 스크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2020년형 QLED 8K는 화면 베젤을 없앤 인피니티 디자인이 특징」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이목을 끌었다. 만약 설명대로라면, 세계 최초로 베젤이 없는 LCD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십수년간 이어온 베젤 축소 경쟁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될 수 있는 것.
하지만 화면 베젤을 없앴다는 설명과 다르게, 2020년형 QLED 8K는 2.3mm 베젤이 안쪽으로 적용됐고 베젤 역시 극도로 얇은 것에 불과하다. 한글 자료와 다르게 영문 자료는 '약 10~15피트 거리에서 감상할 때, 소비자는 베젤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the bezels seem to disappear) 인피니티 스크린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며 베젤이 없다는 식의 표현을 배제하고 있다.
'없어진 것 처럼 보일 수 있다'와 '없앴다'는 엄연히 다른 뜻임을 알고도 한글 자료에만 없앴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렇게 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베젤을 없앴다는 문구만 보고, 정말로 베젤이 없어졌다고 착각할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한종희 사장은 "2020년형 8K QLED 디스플레이의 베젤을 지칭 때 '인피니티 디자인'이라는 말을 쓰고 있고, 지난해 10월 특허청에 등록한 제로 베젤(Zero Bezel)이라는 용어를 쓴 적은 없다."며, "앞으로도 인피니티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마케팅 용어로 활용해나갈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8K 화질 업스케일링용 AI 퀀텀 프로세서, 사물 지향 스피커 등 부가 요소에 집중
사운드나 스마트 기능과 같은 부가적 요소도 강조하고 나섰다. AI 퀀텀 프로세서는 딥러닝 방식을 적용해 원본 화질의 영상 해상도와 관계없이 8K(7,680x4,320) 해상도를 적용하고, 영상 스트리밍 과정에서 원본 데이터 손실을 줄여주는 AI 스케일넷, 유튜브 8K AV1 영상 재생 등 다가오는 8K 콘텐츠 재생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
사운드 측면에서는 영상 속 사물의 움직임을 인식해 스피커의 음장감에 효과를 부여하는 OTS+(Object Tacking Sound Plus), TV와 사운드바의 스피커를 모두 활용해 최적의 재생 환경을 찾아주는 Q-심포니(Q-Symphony), 주변 소음을 인식해 영상속 목소리 볼륨을 조정해주는 AVA(Active Voice Amplifier) 같은 기능을 선보였다.
추가적으로 삼성 헬스를 이식하고, 삼성 빅스비와 함께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를 다 함께 지원하는 등 플랫폼 확대에도 무게를 두었다.
더 높은 완성도로 무장한 2020년형 QLED 8K, 소비자 혼란을 줄 수 있는 용어 선택은 아쉬워
삼성전자 QLED는 LCD 패널에 퀀텀닷 필름을 부착한 제품의 상표명이다. 기술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양자점 발광 다이오드(Quantum Dot Light-Emitting Diodes. QLED 또는 QD-LED)와 혼돈을 줄 수 있는 용어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소된 상태다.
CES 2020을 통해 공개된 QLED 8K의 '인피니티 디자인'도 QLED 명칭 논쟁과 궤를 같이한다. 기술적 의미로 2.3mm 베젤이 있는 제품에 '베젤이 없는' 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인피니티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씀으로써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간담회 말미에 한종희 사장은 "항상 진화하고 멋진 제품으로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는데, 소비자들 역시 용어로 포장되지 않고, 순수하게 성능으로 승부하는 제품을 찾는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