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을 위한 도구, '에버노트(Evernote, www.evernote.com)'가 지난 15일 국내 '파워 유저' 1,000여 명을 만났다. 에버노트가 '내일을 만드는 오늘의 기록(EVERNOTE FOR YOUR LIFE'S WORK)'이란 주제 아래 연례 행사인 유저 컨퍼런스를 연 것.
에버노트 한국시장담당 홍동희 매니저는 "오늘 행사는 에버노트를 알리기보다 영감을 주는 행사, 자유롭게 에버노트에 대해 상상하는 행사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 취지에 맞춰 저명한 문화심리학자, 스타트업 대표, 개발자 등이 마이크를 잡고 에버노트에 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트로이 말론 사장은 인사말에서 "에버노트를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훌륭한 발표자들로부터 배우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처음 단순한 '노트'로 시작한 에버노트는 이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표적인 솔루션으로 진화했다. 업무 관련 전문 기능 등을 더해 한층 강력해졌으며,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특화 제품도 내놓고 있다. 이미 전세계 1억여 명이, 특히 국내에서만 300만여 명이 에버노트를 쓰고 있다.
유저 컨퍼런스 장소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오디토리움이었다. 1인당 2만 5,000원을 내고 참석하는 유료 행사였음에도 수많은 사람이 커다란 강당을 빽빽이 채웠다.
홍순성 "에버노트로도 할 일 관리"
'에버노트 사용 설명서' 등 유명 저서를 집필한 맥스무비 홍순성 연구소장이 첫 번째 연사로 나섰다. '홍순성의 할 일관리' 세션은 이날 강연 중 가장 기술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는 태그와 노트 제목을 이용해 에버노트로 할 일 관리를 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할 일 노트에 '#tasks' 태그를 달고, 완료한 할 일은 'done'이란 태그도 함께 단다. 또한, 일별로 할 일 노트를 만들기 보다는 월별 노트 안에 표를 만들어 하루치 할 일을 관리하길 추천했다. 에버노트의 체크박스 기능을 이용하면 할 일 처리 여부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한이 정해진 할 일은 제목을 't2014/04/13' 식으로 단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검색할 때 수월하다. 앞에 't'를 붙이는 건 스캔한 영수증과 헷갈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할 일 노트는 에버노트의 알림 기능인 '알리미'를 설정하고, 'Sunrise' 등 캘린더 앱과 동기화하면 일정과 함께 볼 수 있다. 에버노트에 대한 더 자세한 팁은 홍순성 소장의 블로그(http://sshong.com)를 확인하자.
민윤정 "다양한 기기에서 쓸 수 있는 게 에버노트의 매력"
다음커뮤니케이션 설립 초 엔지니어로 입사해 큰 주축을 담당했던 코노랩스(Konolabs) 민윤정 대표는 스타트업 업무 환경에서 에버노트가 가지는 강점을 전했다.
첫째, 에버노트는 거리적 제약을 넘어 협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둘째, 다양한 단말기에서 활용 가능하다. 실제 민 대표는 현재 애플 맥북에어, 아이맥, 아이폰5, 넥서스5, 갤럭시기어라이브 등의 IT 제품을 쓰고 있다. 에버노트는 이 모든 기기를 지원한다. 셋째,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민 대표는 평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에버노트에 일단 저장한 후 시간을 내어 노트들을 분류하고 편집한다. 업무용 이미지, 설문 조사 결과, 메모, 기사 스크랩, 할 일, 발표 자료, 블로그 포스트 초안, 포스트잇, 명함 등 그가 저장하는 자료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인터뷰를 할 때 답변 중간중간에 이미지와 녹음 파일을 붙일 수 있어 에버노트를 선호한다고.
물론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서 아쉬운 점도 전했다. 에버노트 비즈니스 계정의 가격 정책이 조금 더 세분화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현재는 1인당 월 1만 2,000원에 이용 가능한데 이를 학생/기관/소규모 스타트업 등으로 나눠 각기 다른 가격을 책정해준다면 더 많은 사용자가 에버노트를 부담 없이 쓸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
민 대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파일이나 구글 앱스와의 호환성이 더 높아져야 하고, 쓰임새가 많은 스프레드시트 기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에버노트 앱센터가 다른 업체와의 상생 정책을 더 강화하면 사용자의 여러 요구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용호 "IFTTT로 에버노트를 더 똑똑하게 활용하자"
SK텔레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하용호는 '개발자는 에버노트를 이상하게 쓴다' 강연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했다.
그는 개발자들을 '사람이 10분이면 할 일을 10시간 동안 프로그램 짜서 10초 만에 하는 사람들'이라며, '똑똑한 듯 안 똑똑한 듯 애매한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개발자인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가 5개 이상인 글을 에버노트로 자동 스크랩하도록 코딩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그가 한참을 걸려 코딩한 과정은 'IFTTT(http://ifttt.com)' 서비스를 이용해 일반 사용자도 아주 간단히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앞 부분에서 그가 보여준 코딩 과정은 IFTTT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단계였다. IFTTT를 이용하면 페이스북 게시글, 이메일, 트위터 새소식 등을 에버노트로 자동 스크랩할 수 있으니 한번 활용해보자.
이두희 "앞으로 에버노트 쓰겠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지니어스2'에 출연했던 네오위즈 게임즈 이두희 연구원은 '내 기록을 보관하는 이유'라는주제로 기록의 의미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가장 하기 싫었던 '문서화' 작업을 시작하며 5년간 총 14권의 연구 노트를 작성했다. 결론적으로 그가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노트 작성은 새로운 연구 결과 도출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성찰까지 가능하게 했다. 심지어 쓸데 없는 낙서조차 자신의 감정 흐름을 파악하게 해 컨디션 관리에 도움이 됐다.
강연 말미에 그는 자신이 '옛날 사람'이라 에버노트를 쓰지 않는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리고 앞으로는 에버노트를 꼭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기록들이 종이 노트를 벗어나 에버노트로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겠다.
4인4색, 에버노트를 업무에 활용하는 법
각계각층의 에버노트 사용자 네 명이 자신이 어떻게 에버노트를 업무에 활용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대담하는 시간도 있었다. 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박상근 박사는 "문서를 정리할 때 클라우드 서비스인 드롭박스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에버노트를 쓴다"며, "다만 노트북 별로 다른 정렬방식을 선택할 수 없는 점은 조금 아쉽다"고 전했다.
참우리건축협동조합 김원천 실장은 "팀 내에서 지식을 공유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에버노트가 적격"이라며, "에버노트로 기록하고 그걸 다시 검색하는 행위 자체가 미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 우리들병원의 정재훈 원장은 의사들이 에버노트를 쓰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그는 후배 의사들과 에버노트로 논문과 환자의 수술 과정 데이터를 공유한다고. 유저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그는 "에버노트는 쓰면 쓸수록 주변에 자꾸 권하고 싶어지는 서비스"라며 애정을 표현했다.
소토케코리아 온라인 마케팅 코디네이터 임홍주는 자신의 패션 블로그(blog.naver.com/clwmrjf)에 에버노트를 소재로 한 소설을 연재 중이다. 그는 "소설이 끝나면 패션 쪽 종사자들의 칼럼 식으로 에버노트 이야기를 계속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삶의 맥락을 결정하라"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이날 '에디톨로지(editology), 창조는 편집이다'는 주제 하에 강연했다. 그는 "에버노트를 초창기 때부터 무척 좋아해 에버노트 제품은 전부 샀다"며, "에버노트 덕에 '편집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이날 창의성, 지식, 정보, 편집 등에 대해 뜻 깊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다만, 그의 부탁으로 자세한 내용은 게재하지 않는다. 중점은 '데이터를 관리해야 그 만큼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버노트가 준비한 선물들로 훈훈했던 시간
에버노트 측에서 준비한 여러 서적, 몰스킨 다이어리, 백팩, 메신저 백, 스타일러스 등 푸짐한 선물로 행사 내내 훈훈한 분위기였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상품은 국내 에버노트 마켓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는 스캐너. 여러 종류의 문서를 간편하게 스캔해 에버노트로 저장할 수 있는 단말기다. 참고로 이날 참석자들은 모두 에버노트 3개월 프리미엄 이용권을 선물로 받았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