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태우 기자] TV 앞에 앉아 채널을 하나하나 돌려가며 방송을 즐기던 습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전히 번호로 인식되는 채널은 방송 콘텐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콘텐츠 자체를 구독하는 형태가 생겨난 것. 가장 뚜렷하게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는 곳이 유튜브다.
유튜브에는 채널 번호가 없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로 채널을 만들고, 스타가 된다. 기성세대에게 유튜브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스마트폰과 10대를 보낸 모모세대(More Mobile Generation)에게 유튜브는 하나의 방송국이라 할 만큼 일상적으로 즐긴다.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는 연예인 못지않게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스타가 되고 있다.
MCN 기업은 이런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곳을 말한다. 지난 1월 20일 만나고 온 '트레져헌터'는 국내 2위 업체로 양띵, 악어, 김이브님, 최고기 등이 소속되어 있다.
투자금만 벌써 157억 원
트레져헌터는 CJ E&M에서 국내 처음 MCN을 만든 송재룡 대표(당시 팀장)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양띵과 손잡고 독립해 만든 회사다. 양띵은 현재 트레져헌터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받은 투자금만 총 157억 원. 회사 설립일이 1월 7일로 이제 1년 밖에 안 되었음에도 꽤 큰 자금이 모였다. 최근 주목할 부분은 SK텔레콤의 50억 원 지분 투자. 작년 11월 SK텔레콤은 뮤직, 라이프, 엔터테인먼트 전문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핫질(HOTZIL)’을 론칭한 바 있다. 핫질의 콘텐츠 공급에 MCN을 활용할 계획인 셈이다. 이외에도 네시삼십분의 67억 원, DSC인베스트먼트의 40억 원 등을 유치했다.
창업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1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는 국내서 매우 드물다. 그만큼 MCN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VC들의 눈에는 사업모델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지만, 기존에 없던 분야인 만큼 지속 가능성에선 아직 의문문이 따라붙는다.
소속팀은 총 93개
트레져헌터에 소속된 팀은 총 93개다. 적지 않지만, 650여 개의 팀을 보유한 다이아 TV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계약 방식은 다이아 TV와 유사하다. 기본적인 유튜브 채널 메니지먼트 계약과 광고 콘텐츠 계약을 포함하고 있는 전속 계약이 있다. 김이브님, 악어, 최고기 등이 전속으로 계약되어 있다.
이외에 약간 독특한 경우인 콘텐츠 퍼블리싱 계약을 한 곳도 있다. 72초 티브가 여기에 해당된다. 72초 티브는 이름 그대로 72초짜리 동영상을 제작해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초기 트레져헌터에서 시작해 지금은 제법 큰 규모로 성장했다.
트레져헌터가 매월 만들어내는 트래픽은 2.2억~2.3억 뷰 수준. CJ E&M이 소셜 블레이드에서 높은 순위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 방송 클립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트레져헌터는 말한다. CJ E&M은 소셜 블레이드에서 30위 권이고, 트레져헌터는 90워 권이다.
분야별로는 게임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박진우 트레져헌터 사업본부장은 "전 세계 트래픽의 50% 이상이 게임에서 나온다"며 "돈을 많이 버는 유튜버도 게임 분야다"고 설명했다. 뷰티는 폭넓게 구독되지는 않지만, 제품 구매와 직접 연결되다 보니 광고로 쉽게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종합 MCN이라면 게임은 꼭 가져갈 분야이고, 트래픽은 작지만 비즈니스를 만들기 좋은 건 뷰티와 키즈라는 것.
MCN은 광고 비즈니스
트레져헌터는 유튜브뿐만 아니라 모든 스크린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쓴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일부 공급을 하고 있으며, 영국 데일리모션 10개 채널에도 제공 중이다. 중국은 시험 생방송을 시작했다.
아직은 크리에이터가 유튜브의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보니, 몇몇 인기 크리에이터를 제외하곤 수익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MCN 탄생 자체가 유튜브였고, 아직은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 한 상태다. MCN 사업자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박진우 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시청률 1%에 대한 트래픽 대비 광고 단가의 틀이 어느정도 잡혀있다"며 "국내는 그런 기준이 없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매월 2억 뷰 이상의 트래픽을 만들어 내면서도 수익 구조가 취약한 이유다.
트레져헌터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트래픽을 활용한 광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박진우 본부장은 말한다. 광고 비즈니스는 오래전부터 있어온 분야고, MCN 또한 이를 벗어나지 않는 다는 것. 다만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쥔 만큼,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트레져헌트는 자체적으로 개발팀을 꾸려, 콘텐츠를 쉽게 퍼블리싱 할 수 있는 CMS를 만들고, 콘텐츠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주 5일, 매일 7시간 생방송 송출
트레져헌터가 다른 MCN과의 차별점을 꼽으라면 '생방송'을 이야기할 수 있다. MCN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기에 VOD가 중심이다. 물론 아프리카를 통해 생방송을 먼저하고, 이를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크리에이터도 많다.
하지만 트레져헌터는 스튜디오에 생방송 송출 장비를 갖춰 놓았으며, 방송국의 조정실 역할을 하는 공간까지 마련했다. 별도의 제작부까지 보유하는 등 생방송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를 통해 주 5일, 매일 7시간 생방송으로 방송을 내보낸다. 아프리카, 트위치, 아주부, 다음티비팟, 네이버, 유튜브 등 채널도 다양하다.
생방송은 출연하는 크리에이터와 방송 성격에 따라 트레져헌터 자체 채널이나 크리에이터 채널로 나가게 된다. 이렇게 만든 영상은 이후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채널에 다시 올라가기 때문에 수익에 보탬이 된다.
글로벌 진출, 중국과 동남아에 달렸다
MCN 사업을 한다면, 꼭 고려해야 할 것이 해외 진출이다. 한정적인 수익원을 극복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박진우 본부장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우리나라 MCN 콘텐츠가 인기를 얻기 힘들다"며 "트레져헌터는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데, 문제는 언어 장벽. 단순 자막 처리만으로는 힘들다고 보며, 크리에이터가 능숙하게 중국어를 할 수 있어야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고 박진우 본부장은 여기고 있다. 그래서 트레져헌터는 크리에이터에게 중국어 교육을 별도를 제공하고 있다.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중국어 교육에 가장 돈을 많이 쓴단다.
현재는 중국어가 필요 없는 액션 위주의 콘텐츠로 초기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현지에서 가능성 있는 크리에이터를 찾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트레져헌터는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다. 게다가 MCN 분야 또한 신생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직은 확실한 것보다 불확실함이 더 많다. 특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그에 따른 압박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올바른 방향은 모르지만, 일단 뛰고 있다"며 박진우 본부장은 현재 상황을 솔직하게 밝혔다.
트래픽=돈이 되는 곳이 온라인 세상이다.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만, 페이스북도 결국 트래픽을 바탕으로 돈을 만들어 내고 있다. 2억 건이 넘는 트래픽이라면 충분히 돈으로 연결할 수 있을 테다. 투자금이 괜히 몰린 것이 아니라는 말. 관건은 MCN에 적합한 새로운 광고 상품을 만드는 것. MCN 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