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형석 기자]
"록앤올은 2015년 7월 1일부터 SK플래닛의 전자지도를 쓰지 않고 자체 제작한 지도로 서비스 하고 있으며, 그들이 주장하는 전자지도 DB(데이터베이스)를 무단 도용하지 않았다. 아직 소장을 받지 못해 먼저 이를 확인해야 하지만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다."
2015년 11월 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SK플래닛이 제기한 무단 도용에 대해 반박한 록앤올(LOC&ALL)박종환 공동대표는 이처럼 말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말한 내용의 핵심은 '무단 도용은 없다'는 것이다. 이어 SK플래닛은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기업이 벤처의 성장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렇게 박종환 공동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 10월 30일, SK플래닛이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을 상대로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 김기사 내비게이션을 개발한 록앤올(LOC&ALL)박종환 공동대표. >
SK플래닛 "김기사가 T맵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
SK플래닛이 주장하는 지적재산권 침해는 김기사 내비게이션 내 일부 지명과 지도의 형태가 T맵과 겹치는 점이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지명과 지도 내 지형이 T맵 고유의 워터마크(도용 방지를 위한 장치)라는게 SK플래닛 측의 주장이다. 자체 확인 결과, 다음이나 네이버 지도에는 없는 지형과 지명이 김기사에는 있다고 한다.
박종환 대표는 2013년 초부터 자체 지도를 구축하기로 하고, 약 2년 이상 개발한 끝에 SKP와 계약이 종료되는 2015년 6월 30일을 기점으로 자체 지도 DB로 교체했기 때문에 SKP 측이 주장하는 지적재산권 침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명의 오타는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내비게이션 제작 업체도 마찬가지지만 지명은 수작업으로 입력하기 때문에 여러 오픈된 정보를 참고하다 보면 오타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꾸준히 사용자들의 제보로 수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 SKP가 주장하는 지명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도의 지명은 SKP의 T맵을 활용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이미 데이터가 없는 상태이기에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 누구나 볼 수 있는 지도의 지명을 참고해 입력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지적재산권 침해가 된다면 어느 네비게이션 업체도 지적재산권 침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SK플래닛 측이 제기한 김기사의 T맵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 지도의 일부가 나와 있는데, 타 지도에는 없지만 김기사에는 동일하게 있다는 것이 SK플래닛의 주장이다. >
이에 대해 SK플래닛 측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지명 뿐만 아니라, 지형에도 지적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백령호를 검색해 지도를 확인하면 네이버 지도에는 직선으로 보이는 호수가 있는 반면, T맵에는 호수 중간에 V자 홈을 넣었다. SK플래닛은 이를 워터마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 V자 홈은 김기사에도 있다는 자료도 함께 제시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는 법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SKP는 계약 종료된 10월 이후의 침해 사례는 소장에 포함되어 있어 록앤올도 열람 가능하다고 밝혔고, 록앤올은 소장을 확인한 다음 맞대응 하겠다는 입장이다.
록앤올 "SKP의 행동은 스타트업의 발전 억압"
록앤올은 SK플래닛의 이 같은 행동이 "스타트업을 억압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에 몰두할 뿐, 법적 대응이나 언론 대응이 취약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런 점을 악용해 벤처나 스타트업을 억압하지 말라는 부분도 언급했다.
박종환 공동대표는 지적재산권 침해가 없는 입장이어서 SK플래닛의 소송은 다른 목적에 있다고 봤다.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 억압 외에도 김기사를 흠집 내기 위한 목적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인 듯 하다.
록앤올은 2010년 12월부터 SK M&C(SK플래닛에 합병됨)과 연을 맺었다. 이미 김기사는 다른 지도를 사용해 서비스를 준비했고, 개발 완료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 때 SK플래닛이 접근해 지도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며 제안했다. 당시 경쟁관계를 우려해 거부 의사를 표시했으나 그럴 가능성은 없으니 안심하라며 자신의 솔루션을 쓰라고 설득했다.
2011년 전자지도 사용 계약이 체결됐고, 그 해 3월에 김기사가 출시됐다. 그러나 2012년 SK플래닛이 록앤올과 M&A(기업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는게 록앤올 측 설명이다.
SK플래닛은 NDA(기밀유지서약)체결 후 2개월 간 기술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김기사의 핵심 기술에 대한 과도한 정보 공개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M&A 협상이 중단됐고 SK플래닛은 지도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보내며 압박했다.
이후 매년 SK플래닛은 매년 지도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알렸고, 록앤올은 이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SK플래닛은 지속적으로 지도 공급 가격을 올려왔다고 주장했다. 첫 해에는 2배, 이후 매년 50~60% 가량을 높여 마지막에는 첫 해 계약 비용 대비 3.75배 상승한 가격이 되었다.
록앤올이 이런 상황에서 T맵 지도를 유지한 것은 내비게이션 회사가 서비스 중인 지도를 한 순간에 바꾸면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가격 상승이 이뤄지면서도 서비스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며 SK플래닛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었던 것. 이와 동시에 2013년 초부터 자체 지도를 개발하기로 하고 준비 중이었다.
2015년, 록앤올과 SK플래닛은 6월 30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하고 기존 SK플래닛의 자료는 모두 파기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그리고 7월 1일, 록앤올은 김기사 업데이트를 통해 자체 구축한 지도를 올렸으며, 기존 T맵 데이터는 파기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SK플래닛에 보냈다고 박종환 공동대표는 설명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한 번에 업데이트를 하지 않을 수 있기에 기존 앱 사용자를 고려, 업데이트 유예 기간을 상호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록앤올은 기존 T맵 기반의 김기사 앱을 실행하면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업데이트를 실시하라는 경고 문구를 삽입해 업데이트를 유도했다.
반면. SK플래닛 측 보도자료는 록앤올과 차이가 있다. T맵은 내비게이션 업계 활성화와 벤처 지원 차원에서 록앤올에 최저 수준 가격에 지도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는 타 업체 대비 10%, 2014년에는 50% 가격으로 구매했다. 이와 함께 SK플래닛과 록앤올은 하청에 따른 종속 관계가 아닌 지도를 선택하고 공급하는 계약 관계라는 점을 언급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SK플래닛 측과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록앤올은 이번 소송 건에 대해 카카오와 긴밀히 협의하며 움직일 전망이다. 박종환 공동대표는 "이미 인수 준비 과정에서 카카오와 SK플래닛간의 내용을 공유했고 카카오 측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록앤올은 우선 SK플래닛의 소장을 확인한 후,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고려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