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강일용 기자]
"안드로이드, 유튜브. 솔직히 지금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서비스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모두 퇴물이 될 것이다. 시장에서 하나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변해야 한다. 혁신해야 한다. 기업에게 혁신은 선택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문제다."
규모있는 회사의 최고경영자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 앞에서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는 최고경영자조차 조용한 곳에서 기자 몇 명을 만나는 것이 전부다. 적어도 한국의 기업은 그렇다.
하지만 미국의 한 기업은 많이 다르다. 최고경영자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끊임 없이 회사의 비전과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약속한다. 구글의 얘기다.
15일,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최고경영자가 1년 반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 때 그의 직급이 안드로이드와 크롬 담당 부사장이었으니, 구글 최고경영자로 승진하고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이다.
물론 피차이는 사업차 한국을 찾은 것이다. 한국의 유력 파트너사(삼성전자, LG전자)를 만난 후 고국인 인도로 가는 일정이다. 하지만 짬을 내 한국 사람들 앞에 섰다. 학생, 직장인, 스타트업 관계자 등 각계각층으로 이뤄진 대중 앞에서 구글의 비전과 미래 계획을 설명하고, 구글의 비전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들려줬다. 사람들이 그와 나눈 1문 1답을 정리했다.
<구글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
피차이: 1년 반 만에 캠퍼스 서울(구글의 스타트업 육성센터)에 왔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이 변했다. 인상적이다.
캠퍼스 서울은 순항중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캠퍼스 서울을 방문했고, 그 동안 300여개의 크고작은 행사를 진행했다. 교류를 위해 수 만명이 캠퍼스 서울의 회원으로 가입했고, 많은 여성 창업가의 활동무대가 됐다. 입주한 스타트업들이 수백 만 달러에 이르는 투자도 유치했다.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성과다.
Q. 구글 최고경영자가 된 것이 당신(피차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피차이: 굉장히 큰 특권이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구글은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세계 사람들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만큼 큰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잘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 삶을 살고 있다(웃음).
Q. 인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인 구글의 최고경영자가 된 비결은 무엇인가? (참고로 C++, 파이썬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있는 한국의 한 초등학생의 질문이다)
피차이: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웃음). 나는 어린 시절 컴퓨터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컴퓨터를 접했을 정도였다. 초등학생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날 놀랍게 한다. 그것이 바로 변화다.
세상은 언제나 변한다. 80년대에 처음 PC가 등장했고, 90년대에 인터넷이 등장했다. 여기서 10년이 지나 스마트폰(모바일)의 시대가 열렸다. 변화는 10년을 주기로 찾아온다.
당신(학생)이 성장하면 전세계는 또다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연결성(커넥티비티)이 지금보다 더욱 향상될 것이다. 그것이 당신 삶의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부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후 기업가 정신을 길러 창업을 했으면 좋겠다.
(피차이는 자신의 출세 비결 대신, 질문자의 나이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여부에 더 관심을 갖고 답변을 했다.)
Q. 그렇다면 당신(피차이)은 변화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피차이: 변화는 실리콘 밸리의 사고방식과 관계가 깊다. 사람의 능력은 누구나 동일하다. 대신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구글에 들어오고 전에 다니던 기업과 전혀 다른 원리로 움직인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기존의 기업은 일을 추진하면 '왜 그것이 안되는지', '현재 방식이 얼마나 좋은지'부터 설명했다. 구글은 '무엇부터 바꿔볼까', '어떻게 바꿔볼까'부터 진행했다.
나는 인터넷이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11년 전 구글에 입사했다.
Q. 당신은 실패한 경험이 있는가? 실패한 경험에 대해 알려 달라.
피차이: 언제나 실패에 대해 생각한다. 크롬을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비스를 출시하기 앞서 사용자들이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떡할까 걱정했다.
사람은 언제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누구나 실패를 두려워하고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지메일, 안드로이드를 시작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유튜브를 인수했을 때 언론은 '너무 비싸게 구매했다', '수익을 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결국 모두 성공했다. 때문에 주변 시선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언제나 실패를 한다. 기업도 실패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다.
Q. 한국의 대기업은 스타트업을 인수하는데 인색하다. 국내 대기업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가.
피차이: 일단 한국의 대기업은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품을 만들고, 이를 상업화하는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굳이 조언을 하자면 변화를 위해 스타트업을 인수해야 한다. IT업계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력을 수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력을 품고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Q. 스타트업을 하려는 국내 창업가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
피차이: 창업을 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창업 자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20~30년 뒤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지금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20~30년 뒤 당신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는 누구나 다 한 두번쯤 실패를 경험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의 20~30년 뒤 미래를 결정할 여정을 설계해야 한다.
Q. 당신(피차이)은 청소년 시절 어떤 재능을 찾았는가? 어떤 재능이 지금의 당신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나? (이 질문은 한국의 한 고등학생이 한 질문이다)
피차이: 일단 C++과 파이썬을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웃음). 어떤 재능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재능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자연스레 노력이 따라온다. 당신히 하고 싶은 일을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것이 좋다.
하나 더.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편한 사람과 일하면 안된다. 익숙한 일과 사람 속에선 배울 것이 없다.
Q. 당신(피차이)이 구글의 최고경영자가 될 정도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풍문에 따르면 당신은 주변 모든 인물의 프로필과 전화번호를 외울 정도로 암기력이 대단하다던데?
피차이: 변명부터 하자면, 지금은 지인의 전화번호를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과거에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항상 협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인생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삶의 질을 높히려면 직장에서의 삶이 중요하다. 상대와 협력하고 존중해야 동료 관계가 원만해진다. 그리고 협력할 사람들에게 끊임 없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면 훌륭한 팀이 꾸려진다.
혼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동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 개인의 성공보다 팀의 성공이 발전의 원동력이다.
Q. 구글이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는 원동력과 비결은 무엇인가?
피차이: 혁신은 기술업계의 근본 화두다. IT 기업을 이끌려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언제나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혁신을 지속하면 언젠가는 유효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설사 내가 원했던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결과물 그 자체가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
혁신을 이루려면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직원에게 항상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존의 것에 언제나 의문을 가져야 한다. 바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과거에는 사진을 그냥 보관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만이 존재했다. 우리는 여기에 의문을 던졌다. 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하여 머신러닝을 활용해 사진을 자동으로 정렬해주는 서비스 '구글 포토'가 세상에 등장할 수 있었다.
Q. 구글은 어떤 기준으로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가?
피차이: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주행 자동차다. 모든 사람들이 자동차를 운전한다. 많은 시간을 자동차 속에서 보낸다. 자동차로 인해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우리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이유다. 구글의 목표는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면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전진한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괜찮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사람의 도움없이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목표를 세우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Q. 구글 내부에선 아이디어가 어떤 형태로 결과물이 되고 있는가?
피차이: 프로젝트마다 조금 다르지만, 일단은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는 시스템과 보상방식을 갖추고 있다. 래리 페이지(구글의 창업자, 알파벳의 최고경영자 - http://it.donga.com/21543/)도 여기에 관심이 많다.
아이디어가 등장하면 직원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목표를 제시한다. 특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사내 콘테스트도 개최하고 있다.
Q. 구글의 미래가 어떨지 궁금하다.
피차이: 머신러닝, 사물인터넷, 생체기술 등 해야할 것이 많다. 10년 전만 해도 사진 업로드 서비스가 몇 개 되지 않았다. 지금은 거기서 20배 이상 늘어났다. 구글의 사진 업로드 서비스 구글포토는 단순 사진 업로드에서 벗어나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접목한 기술로 새로 태어났다.
사람들의 컴퓨팅 환경도 변하고 있다. 자동차도 곧 컴퓨터가 될 것이다. 컴퓨터가 사람들이 쓰는 모든 기기에 내장될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물인터넷이다.
과거에는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아서 신체상태를 파악했다. 이제 달라질 것이다. 혈압, 혈액 상태 등 매일 확인하면 좋지만 비용과 시간 때문에 1년에 한 번 하던 것을 이제 매일매일 검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결국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기술의 발전이 이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Q. 인공지능 기술은 언제 등장할까? 또,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걱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피차이: 머신러닝이 발전하면 결국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중요하다. 구글도 인공지능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신기술을 두려워한다. 자전거를 보라. 자전거가 처음 등장한 바로 그 때, 사람들은 자전거를 두려워했다. 사람들이 더 다치게 될 것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이제 아무도 자전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두려움과 거부감을 극복하면 변화가 다가올 것이다.
Q. 구글도 기업인 만큼 언젠가 위험에 맞닥뜨릴 수 있다.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피차이: 10년 전에는 안드로이드, 유튜브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다. 지금은 안드로이드와 유튜브의 시대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아마 10년 후에는 (안드로이드와 유튜브는) 시장에서 하나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변해야 한다. 쉬지 않고 혁신해야 한다. 기업에게 혁신은 남들이 하니 따라하는 것이 아니다. 생존이 달린 문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